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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bihod Beach(알루비후드 해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레이맨 리조트에서 지푸니 협상을 하는데 너무 비싸게 불러서 교외로 나가 다시 지푸니 가격을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걸어나오는데, 저 멀리서 지푸니가 따라오며 싸게 해준다며 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길에 사람도, 차도 아무것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지푸니를 또 울며 겨자먹기로  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비싸다며 깎아달라고 하고,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결국 오케이 라고 답하자마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근데 그 때 그 필리핀 지푸니 기사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필리핀에 와서 여행을 다닐 때마다 짠할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절대 교통수단에 대한 가격을 깎지 않지만, 필리핀에서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깎게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독한가 싶을 때도 있지만, 가끔씩 너무 터무니없게 말하는 필리핀인 때문에 그런것 같다. 그 몇몇 사람들로 인해 외국인이라 바가지를 씌운다라는 생각이 들고 무조건 깎고, 우리 역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여행을 하고, 뿌듯해 하기도 한다. 씁쓸하기도 짠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또 되어 버렸다.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고, 어차피 비싸게 갔다고 해도 우리는 싸게 여행을 한셈이니까 된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들어올 때와 기마라스의 반대편으로 돌았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흙바람이 일기도 했지만, 난 그것조차 좋다. 한국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고, 내가 여기 아니였으면 이런 구경을 하겠냐 싶었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기마라스 섬에는 염전이 있었다. 한국에서 역시 실제로 염전밭을 본적이 없었지만 필리핀에서 보니 더 신기할 수 밖에 없다. 함께 여행을 한 친구들은 선착장에 있었고, 40분정도 남은 시간동안 염전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 갔다. 파란바다 하얀 소금이 만들어 지는 곳에서 혼자 서 있었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나는 그저 그 풍경이 편안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염전 모습과 달랐다. 염전밭이 너무 작은 모양이였다. 우리는 큰  빗자루(?)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많은 소금을 만드는데, 여기는 저 작은 유리인지, 비닐인지 알 수 없는 곳을 작은 나무 빗자루(?)로 쓸어 담고, 만들어진 소금을 날랐다. 간혹가다는 저 곳에 바닷물을 뿌리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이 되니 근처에 일하는 사람도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아까 우리를 태워준 지푸니 운전기사가 지나갔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 역시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내가 염전밭을 보고, 소리를 질렀었는데.
"솔트, 솔트"
라고 그 때 제일 먼저 반응을 해준 것 역시 그 지푸니 운전사였다.
배가 올 시간이 출발할 시간이다. 물론 정시에 출발하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필리핀에서는 맞춰 가야 한다. 이제 기마라스를 떠난다. 망고의 섬, 염전이 있는, 기마라스 섬. 짧은 시간이였지만, 난 즐거웠다.

 

가끔 한비야씨가 왜 오지 체험을 다녔는지, 몇년동안 일을 한 돈으로 왜 그렇게 여행을 다녔는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다. 필리핀에서 체류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남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더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지여행가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도 세상을 알고 싶다.

기마라스 섬에서 네그로스 섬으로, 다시 바콜로드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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