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지 3일만에 나는 필리핀행 비행기를 탔다. 사실 퇴사 후에 인수인계한 블록들이 장애를 일으켜 집에서 놀고 있는 내게 전화라도 오면? 절대 절대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처리를 해줘야 하는 부담스러움 때문에 무작정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고 회사동료들에게 말을 했다. 부랴부랴 한 달 반의 일정의 필리핀생활을 위해 짐을 챙겼다. 어쨌든, 나는 떠난다. 자유롭게 말이다. 안녕. 나의 회사. 안녕. 개발자. 안녕. 동료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난 내 필드에 다시 돌아오는 그런 꿈은 꾸지 말 길을 바라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처럼 떨렸다. 처음으로 캐리어백을 가지고 떠나는 거라 짐을 못찾으면 어쩌냐 라는 불안감이 앞섰다. 부모님을 한 달 반 떠나는 건 처음이고, 기숙사 생활도 처음이고, 일상의 생경한 외국에서 낯설 것만 같고 모든 것이 처음 같았다. 내가 떠나는 곳은 바콜로드. 수많은 필리핀 섬 중 세번째로 큰 섬이다. 스타벅스가 마닐라, 세부 그 다음에 바콜로드가 있는 나름 자부심 있는 도시다. 바콜로드 중심가에 정말 스타벅스가 자리해 있다.
-> 이 지도에서 별표 표시가 되어 있는 섬이 바콜로드다. 필리핀은 마닐라, 세부가 유명하지만 바콜로드도 괜찮은 도시다.
-> 저 건물모양이 바콜로드다. 나름 중심도시라고. 퇴사직전 2주전부터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2주전에 신청 접수가 가능한 어학원 중에 가격이 싼 곳으로 골라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콜로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흑흑. 완전 가난한 이제 백수가 되었기에 선택은 어쩔 수가 없었고, 나는 이 때 처음 네그로스 섬 바콜로드 시를 알게 되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필리핀 입국신고서는 꼭 알아두고 가시길 바란다. 가끔 필리핀 항공이나 다른 나라 국적기 탈 때 모르면 되게 당황스러우니까. 매번 복사해서 들고 나가기 때문에. 왜 비행기에서 작성하는 입국신고서는 쓸 때마다 받을 때마다 그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필리핀 입국신고서 작성요령 바콜로드를 가려면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항공을 타고 마닐라에 도착하면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내가 탄 것은 또 국내선인 필리핀항공을 타고 바콜로드에 도착했다. 이제 필리핀에서 나날들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