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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으며, 어디선가 달려오는 고통을 막을 수 없다.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인간 본연이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밀양은 내게 이런 문제를 던진다.

'종교는 인간에게 구원을 줄 수 있는가'

내 대답은 '아니오' 이다. 인간이 얻는 고통은 결국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스스로 치유를 하는 것이다. 다만 종교는 상처 치유의 과정을 도와주는 매개일 뿐이다. 인간의 상처 응어리는 자신의 풀기 전까지는 누구도 풀 수 없다. 결국 절대자 역시 제 3자다. 

'용서, 고통받은 사람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고통을 준 사람은 절대자를 통해 용서를 받을 수 있는가' 

내 대답은 '네. 용서받을 수 있다' 이다. 밀양의 주인공 신애가 교도소 면회를 간다. 당황스럽게도 도섭은 '하나님께서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라며 일방적으로 말한다. 참 뻔뻔하다.도섭이 말한 '용서'란 고통받은 사람과 별개로 속죄하여 절대자를 통한 마음의 평정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가 진실로 절대자를 통한 용서를 받았다면 도섭은 신애에게 그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없다. 신애에게 만나자마자 '죄송하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사이비 종교가 아닌 이상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종교 지도자는 도섭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하라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 생각은 도섭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고 믿었을 뿐 어쩌면 절대자에게 진실로 용서받지 못한 것이다.  

'비밀 밀(密), 볕 양(陽), 비밀스러운 햇살'

상처받은 사람에게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다가가는 햇살 같은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이다. 가끔은 가는 곳곳마다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어느샌가 모르게 다가오는 햇살. 종교로 구원받지 못한 그녀에게 바로 그는 의지처가 된 것이다. 둘의 앞으로 이야기가 해피엔딩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살이에서 결국 상처를 보듬어 새살을 돋게하는 건 사람들이기에. 밀양의 의미는 바로 희망인 것이다. 

 

밀양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도로 짜여진 고통의 현실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햇살로, 결국 극복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고, 다시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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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입니다" 라는 카피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영화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려 한다. 그 가운데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천연덕스럽게 명란젓을 하나를 후딱 해치우는 그런 평범한 사람, 그는 헤이스케다. 우연히 그는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기자의 목소리를 그날따라 유난히 주시한다. 사랑하는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가 탄 버스가 낭떠러지로 추락을 했던 걸 대번에 그는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그가 마주한 모녀는 생명의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절망하고 있을 때 기적적으로 모나미가 살아난다. 헤이스케는 뭔가가 잘못 되었음을 인지한다. 그녀는 모나미의 몸을 빌려 살아난 나오코였다. 

 

 

그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영화 속 이야기만 같았던, 빙의라는 현상을 자신이 겪어야만 하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로 하루아침에 변하게 된다. 헤이스케는 사고이후 사랑하는 아내와 삶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딸의 몸을 가진 아내는 부부로 지내기에는 제약이 많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밖에서는 고등학생인 모나미의 모습으로, 집에서는 주부인 나오코의 모습으로 그들은 2개의 다른 상(象)을 갖게 함으로써 현실의 벽을 넘으려고 한다. 

 

이제 나오코는 다시 찾게 된 제2의 인생을 모나미의 몸으로 표현하고 생각한다. 유행하는 짧은 교복치마를 입는 모습,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습 등, 자신의 결혼으로 해보지 못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간다. 이제 나오코가 자신의 청사진을 그려갈 무렵, 반면 헤이스케는 자신의 모습을 모나미와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무능감과 모나미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진다. 

 

 

그들이 함께 넘으려는 현실의 벽은 높았고 그 벽을 넘으려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본모습을 깨닫게 되고, 주저하고, 아파한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딸의 몸이기 때문에 안지 못하는 헤이스케에게는 이제 사랑하는 아내 나오코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니고, 자신의 딸 모나미도 아닌 제 3의 인물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우주에서 왔어" 

그 한마디. 헤이스케의 심정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우주란 곳은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다. 우주에서 온 자신들, 빙의된 나오코와 헤이스케 자신이다. 우주인은 지구인에게 이상한 공간에서 온 사람들이고, 지구에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우주인의 모습은 현실에서 삶을 아파하게 만든다.

 

 

갈등이 서서히 잦아드는 날, 라면집에서 일하는 후미야의 아버지라는 역할에 대해 깨달음의 시간을 갖는다. 그 순간부터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자신이 현실의 벽과 부딪쳐서 아파하고 있기에 자신이 나오코를 가두어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빙의가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아내가 아니였던 것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여러 가지 상념의 끝을 잡고 그는 이제 어느 정도 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면 놓아줘야 된다는 걸, 미안함을 느낀다.  

 

나오코의 연극. 헤이스케에게 나오코의 자리를 모나미에게 넘겨줘 버리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줄여가게 만들어버리기 위한,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헤이스케를 보면서 그녀가 생각한 발상이였다. 헤이스케는 영화 마지막까지 자신의 아내인 나오코를 사랑한다. 자신의 딸 모나미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오코였다는 사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배신감을 느껴야 하지만, 영화는 헤이스케를 순애보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만약 다른 사람 몸에 사랑하는 사람이 빙의가 되었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계속 사랑을 유지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남편과 아내와 같은 어정쩡한 사이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난 아마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둘의 인생 자체가 얼크러져 버릴지 모른다. 서로 의심과 질투로 각자의 생활은 뭉그러져 버린 채 말이다. 

 

 

하지만 비밀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상식의 틀에서 딸과의 동거라는 이상한 소재를 잡고 갈등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사건들은 헤이스케에게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의 밧줄을 잡아당긴다. 그가 잡았던 밧줄이 비록 썩은 동아줄을 잡아 아픔을 맛보았더라도 그가 선택한 삶은 누구보다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현실과는 반대의 모습을 표현했을런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줌과 동시에 각자의 삶을 조금은 상처를 받지만 나중에는 둘 모두에게 삶의 해법을 던져준 것이 아닐까? 단순히 같이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로의 가슴속에서 예전의 사랑했던 모습을 추억하는 것도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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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홈페이지를 없애면서 영화감상문이 아까서 이 블로그에 영화감상문을 옮겨보려고 한다.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신세기 일본은 혼란하다. 그 혼란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세기 혁명법 BR법을 마련한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 도중에 납치가 되고 이제 무인도에서 3일동안 혼자 살아남기 위한 게임이 시작된다. 

문을 나서는 순간, 영원한 친구도 존재하지 않고, 서로 등에 칼을 꽂는다. 친구는 적이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오직 믿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무기가 되고 만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제 난 공자가 말한 성선설을 이해할 수 없다. 극한 상황에 치닫을수록 이타심은 사라지고 이기심만이 존재하므로. 

솔직히 이 영화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식의 평가를 받기에는 들어있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내용들이 흘러가면서 일본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삽입함으로 현실을 풍자한다. 

왜 그 아이가 저런식으로 그 게임에 임해야 하는가? 라는 걸 말이다. 신세기의 일본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혼란스럽다. 많은 실업자들이 생기고, 그로 인해 어른들은 무능력이라는 말에 자살을 시도한다. 또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학생들은 등교거부를 시작했다. 반 친구를 이지메하고, 부모는 어린 딸을 팔아버린다.

더이상 어른들의 무능함을 감추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어른들의 세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강력한 지배정책 배틀로얄이라는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의미 옛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온 방식과 전혀 다르지 않고,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적용되었다. 단순히 그런 논리들로 어른들의 자리를 찾으려 한다면 그 법 자체는 의미가 없다. 이제 어른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의문이 화면에 나오는 순간, 난 아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을 타계하기 위해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가 살아남을까? 어떤식으로 살아남지? 라는 생각보다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는데서 시작하면 결국 모두가 죽게 되는 구나!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도중에 등대에서 여학생 모두가 죽게 되는 장면이 가장 가슴 아플 정도로 -  인간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결국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엔딩을 보면서 결국 씁쓸함만 계속 입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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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년. 이 블로그를 방치했다. 갑자기 문득 생각이나 작은 일상을 남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의 (스포無) 영화감상문이다.  

 

영화 포스터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벚꽃이 한가득 핀 다리 위에 서있고 그야말로 서정적인 분위기인데, 영화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였다.  

이거 학원물 아니고 공포영화인건가?

근데 '췌장'은 어디있는건가? 

(췌장은 '이자'라고도 불리며 위장 뒷쪽에 있다.)

간단한 줄거리는 췌장에 병이 걸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학생과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학생의 이야기다. 도서관으로 시작하는 분위기가 영화 '러브레터'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학생은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에서 비슷하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르다. 오히려 명랑하다.

한국에서 개봉되는 일본 영화는 유독 학창시절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 사랑은 지고지순하다. 

학창시절 첫사랑 영화가 많은 이유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인은 강한 애정이나 증오를 느끼고 있었다 하더라도 말로 표현하거나 얼굴에 나타나지 않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한다. 또한 옆 사람에게 폐를 끼지 않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일본인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의 특성이 만들어지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기가 바로 학창시절이라는 것이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도 이 의견에 동감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발랄한 여학생과 조용한 남학생의 이야기가 작위적이지 않아 좋았다. 주옥같은 명대사가 많았지만, 기억할 수 없었다. 시한부 인생의 여학생을 통해 지금, 바로 여기에서 현재를 값지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다시 알려줘서 너무 고마웠다. 

제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손수건을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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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젤란의 십자가

산토리뇨 성당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마젤란의 십자가. 세부 관광지도에 표시되어 있어서 정말 뭔가 볼게 있구나 싶었는데, 그냥 십자가만 덜렁 있었다. 예전 바콜로드에 있었을 때도 느꼈지만 관광지라고 해서 되게되게 많이 기대했는데, 기대하면 항상 실망이 컸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뭐 아는 건 없지만 검색해서 알아본 결과 포르투칼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마젤란, 새 동방의 항로를 찾던 도중에 필리핀을 발견했고, 최초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하여 지구는 둥글다를 입증한 최초의 인물이다. 마젤란의 십자가는 필리핀 최초의 그리스도 교도가 된 추장 라자후마본과 그 일족 800명이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부에 세운 카톨릭 전파의 상징물이다.  

신기한 것은 세부 사람들이 마젤란의 십자가 앞에 모아놓은 초. 형형색색의 초가 가득해서 한번 찍어봤다. 의외로 분위기가 있어보인다. 

 

마젤란의 십자가, 당연 이렇게 볼게 없으니 무료! 

사진찍고 다 합쳐 보는 시간 총3분

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역시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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